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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영화

컨택트(Arrival, 2016)

Hoffnunsfolter 2017. 2. 4. 20:12

2월 2일 개봉한 영화 '컨택트'를 보고 왔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저는 영화를 볼 때 미리 이것저것 알아보고 가는 편이 아닙니다.


그냥 딱 봤을 때



캬...


멋있지 않나요. 외계인! 제 3종 접근조우! SF! SF 완전 좋아합니다.


그런데 이 멋진 포스터가



...????

간지나게 "그들은 왜 여기에 있는가" 한 마디로 영화를 요약하는 포스터는 어디로??


이런 식으로 좀 유명하더군요.


저도 어떻게 저 멋있는 포스터를 저 꼴을 낼 수가 있냐!!!! 라고 분개하면서도 SF는 닥치고 감상이야 하면서 보러 갔습니다.

보고 알게 된 건데, 저 쓰나미, 쓰나미가 아니라 운해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이하 스포일러덩어리)


왜 포스터(+제목)를 바꿨는지 이해가 가는 영화였습니다...


외계인과의 접촉이라 하기에 엄청 기대했는데...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어느날 포스터의 저 셸(이라고 극중에서 부릅니다)이 지구상 12개소에 낙하합니다.

공중에 수 미터 떠서 얌전히 떠 있는 외계 함선에 온 지구가 긴장하는 와중에 그들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대학 언어학 교수인 여주인공(이혼, 죽은 딸 있음)이 불려옵니다.


같이 불려온 남주인공(이론물리학자, 솔로)과 함께 외계 함선에 진입해 외계인과의 의사소통을 시도하는 주인공들. 여주인공은 이상한 기시감에 휩싸이면서도 어찌어찌 그들과의 의사소통을 해 갑니다. 그러던 와중 드디어 그들의 언어를 일부 해독하는데 성공하는데, 해독 후 처음 들은 한 마디. 


"늬들 왜 왔니?" "준다. 무기. 늬들한테"


온 세계가 패닉에 휩싸인 가운데 일부 군인들의 반란도 겪고 뭐 국제 협력도 깨져가고 막 그럽니다. 구 공산권 국가들은 뭐 저 우주선들을 다 폭파시켜버리겠어! 하면서 행동에 나서려는데 드디어 그들과 성공적인 의사소통을 수행할 수 있을만큼 언어의 해독에 성공한 주인공은 그들이 지구에 온 진짜 의도를 듣게 됩니다.


그들은 무려 3천년 후에 인류의 도움이 필요하게 될 것을 예측하고 하등한지구인들이 지들끼리 싸우다 멸망하지 않도록 그들의 언어를 알려주러 온 겁니다(작중에서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행동양식이 바뀐다는 떡밥을 뿌려놓습니다). 그들의 시간개념을 그들의 언어를 통해 알게 되면 전세계가 서로 이해와 협력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면서... 그리고 여주인공에게는 미래를 보는 힘이 있다는게 밝혀지고 외계인들이 말하는 무기는 바로 그 힘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독특한 시간개념을 알게 된 외계인들은 그들의 언어를 인류에게 주어 인류가 새로운 경지에 이르러서 화합과 상생의 길을 걷도록 하고 싶었던 거죠.


여기서 작중 내내 회상으로 등장했던 이혼과 딸의 죽음이 과거가 아닌 현재임이 확실하게 됩니다(영화 전체가 회상인 겁니다). 중간중간 느낀 기시감은 이 능력 때문이었고요. 당연히 남편은 남주인공 과학자이고요. 그녀는 미래시 능력을 통해 그와 결혼하고, 딸을 낳고, 그 딸이 불치병으로 죽는다는걸 알게 됩니다. 이혼 사유는 이를 밝힌 것. 남주인공은 딸이 죽을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딸을 낳은 여주인공에게 실망, 혹은 배반감을 느껴 그녀의 곁을 떠난 것으로 보입니다.


여주인공은 일부 국가가 외계 함선에 공격을 가하기 직전, 일종의 꿈을 꿉니다. 꿈에서 외계인 사태가 해결된 후 온 세계가 하나된 파티장에서 그녀가 어떻게 외계인 사태를 해결했는지 듣게 되고 이를 그대로 실행해 위기에서 벗어납니다. 


그리고 자기에게 구애하는 남주인공에게 미래를 알고 있어도 그대로 행동하겠냐고 물으며, 아무것도 모르는남주인공은 그런거 상관없다! 하면서 영화가 끝납니다.




음... 영화의 원제는 Arrival. 도착 이란 뜻이죠. 외계인들이 도착했다.

그래서? 왜 왔냐고요? 지들이 살아남기 위한 3천년짜리 비이이익-픽쳐를 그리기 위해서. 진짜 다른 의도는 없습니다. 인류의 상호 이해와 평화? 지들 살아남으려면 인류가 살아남아있어야 하니까요. 제목 잘 바꾼거 같네요. 그 근본적 이유가 무엇이던 외계인들과의 이해(접촉)을 통해 인류가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는 걸 보면. Arrival도 비슷한 의도에서 지은 것 같습니다만, 외계인마냥 너무 큰 그림이 아니었나...

아마 국내 수입사 측 담당자도 저와 비슷한 감성을 지닌게 틀림없습니다. Arrival? 뭔 소리야? 영화 내용? 뭐 이래? 이건 수상빨하고 로맨스로 밀어붙여야 해...!


제가 느낀 영화의 주제도 이렇습니다.


1. 언어를 통해 온 지구가 이해와 협력을 추구하게 된다


세계평화 저도 좋습니다. 바라마지않죠. 그런데 요건 좀 비약이 심한게 아닐까...

언어를 이해하게 되면 그 언어를 주로 쓰는 국가의 문화와 행동양식대로 행동하게 된다-는 작중의 설정은 좀 오바지 싶습니다. 어느 정도 이해는 갑니다만... 언어는 그 나라의 문화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고, 애초에 이해(단순히 쓸 수 있는 수준이 아닌)하려면 그 나라의 문화에 대한 이해 역시 필수불가결이니 말이죠. 그렇다고 어느 언어학 교수들이 막 자기 나라의 문화에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던가 하는 건 아니고, 포르투갈하고 남미에서 똑같이 포르투갈어 쓴다고 행동양식이나 문화가 똑같은게 아니잖아요? 물론 그 둘이 완전히 똑같은 포르투갈어는 아니겠습니다만.

주로 쓰는 언어가 된다면 행동양식이 바뀔 수도 있다고 보지만, 그건 언어 때문이 아니라 그 나라로 이주해서 그런거겠죠. 그렇지 않다면야 한국에서 영어를 주로 쓸 일은 없을 테니 말이죠. 얼핏 비슷한 사례라면 카츄사로 복무하는 사람들이 미국식으로 행동하게 되는 것과 비슷한 일이 아닐까.

외계인들의 언어를 깨우친 사람들이 새로운 시간개념과 세계관에 눈을 떠 평화를 추구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럴라면 전 지구인들이 저 언어에 대해 박사과정을 밟아야 할 텐데, 가능하겠습니까...


2. (이건 주제라긴 좀 뭐하지만)미래를 알고 있을 때 그에 따르겠는가


요것도 좀... 작중에서 여주인공은 남주와 결혼하고 딸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회상(?)씬에 따르면 실제로 그렇게 된 것 같고요. 왜죠? 이미 외계인은 지구에 평화와 화합의 씨앗을 뿌리고 갔습니다. 근데 왜 딸은 죽어야 하죠? 전혀, 단 1mg도 합당한 이유가 없는데? 전 중간까지 허 뭐지 딸이 죽어서 영혼이 올라갔는데 그 영혼이 거둬져서 외계인으로 나타나나? 뭐 이런 스피리츄얼한 이야기가 나오나 싶기까지 했습니다. 3천년 빅픽쳐도 충분히 스피리츄얼한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이 부분은 작중에서 여주인공의 내레이션으로 약간 합리화가 되는데,


"더 이상 시작과 끝이 무의미하게 느껴져"


...? 이게 사람입니까? 많이들 말하잖아요, 인생은 유한하다, 유효하게 사용해라, 즐겨라... 인간은 그 생이 유한하기에 더욱 아름다운 존재 아니었나요? 근데 저 정도에 이르렀으면 저건 더 이상 사람이 아니죠. 


'우주적으로 보았을 때 네 자식의 죽음은 한낱 티끌에 불과하니 크게 개의치 말거라.' 어라 이거 어디서 들어봤던 말 같은데.



어쨌든, 저 개인적으로는 별로 맘에 드는 영화는 아니었네요.

이 영화가 대체 왜 호평을 받은건지 잘 모를 정도로...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4점 정도?

초반에 셸 내부로 진입해서 외계인과 만날때까지는 정말 무지막지하게 두근두근거리면서 손에 땀을 쥐고 봤는데 말이죠...

기대와 너무 많이 다른 내용이 펼쳐져서 실망한 것도 감안해야겠습니다.




--------


여기까지 쓰고 저만 이렇게 생각하나 싶어서 네이버 리뷰 몇몇개를 찾아 봤습니다.

"언어에 관한 영화이다" 라는 말이 있더군요. 맞다 싶습니다.

이건 SF의 탈을 쓴 언어에 관한 영화입니다. 위에 언급했던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행동양식이 바뀐다'는 무슨 이론이 실재한다더군요. 물론 주류 이론은 아니랍니다. 이걸 사실이라고 가정한 위에 쓴 시나리오라니, 뭐 1번 부분은 넘어가줘야 할지도...

그렇다고 하더라도, 하나의 언어를 통해 새로운 경지를 깨우친다 라는건 좀...?


언어에 관한 영화라면 차라리 다른 좋은 영화가 많지 않을까 싶네요.

꼭 언어가 아니더라도 우린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영화 꽤 있었는데 말이죠...


덧붙여, 네이버 평점에는 대체 이 사람들은 뭘 배우고, 어떤 인생을 살았길래 여기서 이렇게까지 감동을 느낄 수 있는건가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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