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달밤에 빛나고

너는 달밤에 빛나고 -  사노 테츠야 지음, 박정원 옮김/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친구를 만나러 건대입구에 갔다가 광고판이 대문짝하게 걸려 있는 걸 보고 흥미가 돋아서 샀습니다. 사실 표지 일러스트가 너무나 제 취향이어서 내용이고 뭐고 보지도 않고 그냥 사 버렸네요.

내용은 꽤나 평범한 병원에서의 보이 미츠 걸입니다. 사실, 뻔하죠. 시한부 소녀, 의욕을 잃은 소년, 둘의 의도치 않은 만남... 그리고 뭐라고 할까, 갱생? 저는 아무래도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을 떠올리게 됩니다. 제일 처음 접한 보이 미츠 걸 스토리이기도 하고, 작품도 훌륭했고, 리카가 이뻤고... 전권 박스를 못 구한게 한입니다. 아직도 잘 소장중입니다.

사실, 이렇다 할 느낌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플롯이 너무 뻔한 것도 있지만, 분량이 적은 것 같네요. 300쪽 짜리 작품인데, 작중에서 등장하는 주인공의 친구의 비중을 좀 더 늘리고, 과거 이야기를 아주 조금 더 자세히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러면 좀 이야기가 더러워 질 것 같은 느낌도 들긴 하네요. 어쨌든 미묘하게 아쉬웠습니다. 

결정적으로, 엔딩이 맘에 안 들어요. 어디까지나 제 취향이긴 하지만... 작중에서 주인공에게 소중한 사람의 상실로 인한 성장은 누나 때(+마미즈와의 시간)로 충분하지 않았나 싶네요. 작가 후기를 보니, 작가분이 친한 친구를 잃은(자살) 경험을 가지고 글을 쓰셨더군요. 그래서일까요... 저는 주인공, 여주인공 모두 충분히 인격의 성장을 이루어 냈다고 보는데... 물론 이 작품에서의 주제가 인격적 성장은 아니니까 그럴 수야 있지만... 저는 이런 배드엔딩 싫어요...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류의 작품을 접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충분한 여운을, 접해보신 분에게도 새삼 인생에 대한 각오를 다지게 해 줄 만한 작품이기는 합니다. 읽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으니, 한번 읽어보면 괜찮을 겁니다.